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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50년 부처님오신날에...

법명(法明) 2008. 7. 22. 18:22

몇 해 만인가...??

꼭 한번은 가봐야 되겠다고 오래 전부터 마음 먹고 있던 봉암사를 드디어 갔다올 수 있게 되어

그 소원을 이룬 셈이다.

 

올 해 부처님 오신 날에 가봐야 될 곳...그러나 전부 다는 갈 수 없는 곳~~

이미 여러차례 전화로 확인하고 있는...내가 다니는 법왕사,

이날만은 꼭 다녀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고담사,

또다른 인연으로 맺어진 직지사,

거기에다 일년에 한번 밖에 갈 수가 없어 더욱 더 가보고 싶었던 봉암사까지.

오랜 망설임 끝에 평소에 자주 갈 수 없는 봉암사와 고담사를 가기로 결정하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문경 봉암사까지는 대구에서 두시간 거리다.

7시쯤 출발하면 절 아래 주차장까지 충분히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행 한 사람과 함께 출발해서

멀리 희양산이 보이고 300미터 지나서 봉암사 우회전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 도착한 시간이 8시반.

그런데 여기서 부터 교통통제란다. 젠장...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10여 분을 걸으니 30여 미터 길게 줄지어 서있다. 웬 줄??

물어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란다. 그러나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냐고 했더니 30분쯤 걸린단다.

그쯤이야..하면서 도너츠 몇 개 사들고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는 길에 보니 도로변에 차들이 군데군데 주차해 있고 줄지어 세우면 많은 차들을 더 주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동네 입구에서 부터 통제라니 기분이 좀 그렇다..

그런데 마을 중간에 세워져 있는 이 차들은 새벽 5시 이전에 이미 도착한 차들이란다.

얼마나 부지런했길래...

 

30분이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산아래까지는 절반 밖에 못온 것 같고 가끔씩 봉암사 행사차량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다니는 관광버스와 승합차들만이 다닐 뿐이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게 무료 셔틀버스란다..제기랄~)

 

발바닥에 물집 잡혀가며 사기당한 기분으로 한시간을 넘게 걸어(30분이 한시간이 되었으니...)

도착하니...그래도 좋긴 좋다.

10시쯤 되었는데도 벌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법당에서는 이제 마지공양을 올리는 예불이 시작되었는데 공양간 앞에는 벌써부터 점심공양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있고 대웅전 앞마당에는 하얀 등으로 덮여 있어 눈이 부실 정도다.

 

희양산과 어우러진 도량의 모습...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아~ 참 좋다~~뿐이었다.

다시한번 올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등산로를 따라 가는 길에 있는 마애불 참배를 끝으로 서둘러 봉암사를 내려왔다.

내려 오는 길엔 자원봉사로 승합차를 운행하고 있는 어느 보살님 차를 탔다.

그런데 새벽 5시 부터 쉬지 않고 운행하면서 아침, 점심 모두 굶고...(누가 굶으랬나??)

누구는 사람을 골라 태우느니..등등, 웬 그리 생색이 많은지...듣고 있는 사람들의 기분이 좀 묘하다.

이 좋은 날 많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일 하면서...ㅠㅠ

대구에 도착하여 함께 간 일행과 헤어진 후 혼자 고담사로 향했다.

 

거창쯤 지나니까 대구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심진스님의 무상초가 흘러나온다. 아니 이럴 수가~

집에서 들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고담사에 도착한 시간이 네시 반.

간간히 빗방울도 뿌리고 바람까지 많이 불어 밤에 등을 켤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바쁜 스님을 대신해 다실을 지키고(?) 있는 보살님으로 부터 차도 한잔 얻어 마시고

저녁공양 후 그 다실 지킴이 보살님을 고령까지 모셔다 드리라는 스님의 엄명(?)을 받들고 심심치않게

대가야 왕국 고령에 도착했는데 대광사 절로 가잔다..무슨일이지...??

그런데,

차와 떡과 과일에..주지스님의 좋은 말씀을 듣다보니 밤 깊은 줄도 모르고서 부처님 오신 날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만다.

오늘 하루, 여덟시간의 운전으로 많이도 다녔는데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심진스님, 오늘 스님의 엄명..잘 수행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