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늦은 가을 어느 날, 그동안 다녀왔던 산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불현듯 떠오른
생각 하나..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언제 어느 코스로 다녀온 산인지, 어느 곳에서 찍은 사진인지 기억
이 나지 않을 때 뭔가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여러 산들을
다니기 위해 등산 전문 사이트나 많은 분들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산행기를 보면서 도움을 받아
왔기에 이젠 나도 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산행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블로그를 만들고 산행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등정을 산행 목표로 정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산행에 나섰습니다. 이전에는 특별히 명산을
목표로 산행하지 않아 몰랐었는데 전국 각지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100대 명산을 산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편이 문제였고 장거리
산행지일 경우 가고 오는 시간이 아까워 1박2일
로 두 군데의 산을 연계하여 산행할 때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혼자서 이런 산행을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도 한두번이 아니었습
니다.
그러나 산에 오를 때 만큼은 머리 아픈 세속의
잡다한 상념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고, 온갖 번뇌
에서 한순간 탈피하여 오직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숨 쉴 수 있는 행복이 있어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봄이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뭇잎과 풀잎들을
보면서 생명과 자연의 위대함에 가슴 뭉클하였
고, 짙어가는 녹음 사이로 계곡의 맑은 물줄기를
힘차게 내려 보내는 여름이면 앞이 탁 트인 너럭바위에 앉아 마치 신선이 된 듯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온 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산에서는 눈과 마음마저 붉게 물들어버려 산을 떠날 수
가 없었으며, 낙엽마저 다 져버린 겨울에는 군더더기 옷가지를 다 벗어버리고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친근함이 있어 좋았고 눈이라도 내려 수북이 쌓여 있을라치면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내 마음을 씻어낼 수 있는 착각속에 빠져들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산악회와 함께 했던 산행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한 산행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산행을 혼자서
해야 했기에 어려운 점은 안전산행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수십 길 낭떠러지 절벽을
기어오르며 마음 졸여야 했던 순간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오르기도 했던
기억들, 여름 장맛비에 온몸이 비에 젖어 철벅거리며 다녀왔던 최북단의 대암산 산행, 산행 7시간
동안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눈속에서 러셀산행으로 지쳐버린 가리왕산
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거대한 산 전체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통제 되고 있는 점봉산
산행 때에는 구름 속에 갇혀버린 산 전체를 파헤쳐 놓은 멧돼지들의 흔적들로 인해 몇 시간을 불안
속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고 한계령으로의 암릉 하산길을 밧줄에 의지해 힘들게 한발한발 내려
서던 기억들은 이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즐거움과 산을 좋아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100대 명산 마지막 산행지를 어느 산으로 정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 끝에 100명산의 완등 깃발을 꽂을
상징적인 의미로 홍도 깃대봉을 정해두고, 마침내 봄이 오는 남도의 길목을 찾아 그 목표를 달성하였
습니다.
그동안 산행에 동행해 주었던 여러 분들과, 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격려와 용기를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따뜻한 봄날에, 기회가 된다면 백두대간 종주를 목표
로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이른 봄날에.. 法明(金珉秀)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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