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천왕봉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 지대, 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칠선계곡의 비경을 따라서'
○산행일시 : 2008. 9. 25. 06:55~17:00
○산행코스 : 추성동 주차장(06:55출발/1.5Km)→두지터(07:20/1.9Km)→선녀탕
(08:10/0.1Km)→옥녀탕(08:15/0.3Km)→비선담(08:35/1.6Km)→
칠선폭포(09:25/0.4Km)→대륙폭포(09:45/1.0Km)→삼단폭포(10:25/
1.3Km)→마폭포(12:00/1.6Km)→천왕봉(14:10도착/1.7Km)→장터목
(14:50/5.8Km)→백무동(17:00도착/11Km,택시로 이동)→추성동 주차장
; 총산행거리 17.2Km/차량 이동거리(272Km)
▼산행코스
지리산 칠선계곡은 심원골, 뱀사골, 백무동, 장당골, 대성골, 피아골, 화엄사골 등 지리산의 대형 골짜기들 중
에도 가장 험한 골짜기로 이름이 높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로도 불리고 있는 칠
선계곡은 1999년 부터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로 묶여 입산이 통제되어 오다가 하류부의 명소인 선녀탕을
거쳐 비선담까지만 등행이 허용되고, 그 위부터 천왕봉까지는 특별보호구로 지정되어 향후 20년간 입산이 통
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부터 2009년까지 5~6월, 9~10월 기간에 한시적으로 일주일에 두차례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탐방예약 가이드산행에 신청하면 칠선계곡을 따라 천왕봉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
어진다.
운 좋게도 출발 보름전에 인터넷으로 선착순 마감되는 산행신청을 하고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칠선계곡 산
행 들머리인 추성동 마을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6시, 새벽 3시에 일어나 대구에서 출발하여 오니
잠이 부족해서인지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
로 꼽힌 칠선계곡을 탐방하게 된다는 기쁨에 마음이 설렌다.
6시40분, 공단 직원으로 부터 산행 안전교육을 받고 보험가입 확인과 인원 점검을 한 뒤 공단 직원 3명의 안내
를 받으며 38명의 탐방객들은 6시55분 추성리 주차장을 출발한다.
추성동에서 천왕봉쪽으로 올라갈 경우에는 단체산행인지라 7~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시 천왕봉에서 장
터목을 거쳐 백무동까지 하산은 4시간반, 산행시간만 줄잡아 12시간에 주차해 놓은 차를 찾아서 대구에 도착
하려면 앞으로 15시간은 숨돌릴 틈이 없을 것 같다. 걱정이 앞선다.
지리산 원시림에 묻혀 있는 칠선계곡은 7개의 폭포수와 33개의 소(沼)가 추성동 마을 위쪽 용소에서 칠선폭포
를 거쳐 천왕봉까지 9.7㎞에 걸쳐 이어진다. 계곡 입구의 용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1.5km 남짓 오르면 두지동
(두지터라고도 함)이 나오는데 등산로는 계곡 위쪽 산허리를 돌아 별도로 나있다.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
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마을 모양이 식량을 담는 두지같
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옛날 화전민들이 기거하던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6가구 정도가 농사와 민박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옛날 담배
건조장과 야생초 찻집등이 있어 등산객들의 휴게소로 이용되고 있는데 최근엔 칠선계곡의 일부 개방에 따라
이곳 오지마을에도 펜션이 들어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지마을과 옛 칠선마을의 독가촌을 지나면 울창한 잡목 숲을 따라 전망좋은 추성망바위가 나온다. 이곳에서
부터 험한 산길이 선녀탕까지 계속된다. 일곱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지금은 돌과 모
래등으로 메워져 전설속의 선녀가 목욕했을 정도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초라하다. 선녀탕의 전설은 선
녀에게 연정을 품은 곰과 선녀를 도운 사향 노루가 등장하는 동화같은 얘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곱 선녀가 이 곳에서 목욕하는 것을 본 곰이 선녀들이 하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옷을 훔쳐 바위 틈에
숨겨 버렸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맬 때 사향 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있는 선녀들의 옷을 가져다
주어 선녀들이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곰이 바위 틈에 누워있던 노루의 뿔을 나뭇가
지로 잘못 알고 선녀들의 옷을 숨겼던 것이다. 그 후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 노루를 칠선계곡
으로 이주시켜 살게 했으며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아 버렸다는 전설이다.
선녀탕에서 조금 지나면 1백여평 남짓한 소와 매끈한 암반이 있는데 칠선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옥녀탕이다.
하늘을 뒤덮을 듯한 울창한 수림과 넓은 소가 연출해 내는 옥녀탕의 전경은 위로 무명 소들과 이어져 깎아지
른 듯한 벼랑으로 연결되면서 비경의 극치를 이룬다. 금강산의 소와 담에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옥빛
맑은 물에 시원한 물맛이 일품이다.
벼랑으로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면 비선담이 색다른 모습으로 반긴다. 계곡 등반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여기까지가 허가없이 산행할 수 있는 칠선계곡의 개방구간이다.
비선담을 지나면 옛 목기막터가 있었다는 산죽길을 지나 오른편 계곡으로 건너게 되는데 물길을 건너 100m쯤
되는 거리에 위치한 표지목 지점쯤에서 좌쪽으로 바로 보면 보이는 조그마한 바위굴이 있다.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한데 어울려 생긴 청춘홀이다. 청춘 남녀가 비를 피해 들어섰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설도 있고, 오래 전
목기를 만들던 젊은 청년들이 머물며 청춘 흘러가는 것을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어 청춘홀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청춘홀에서 부터 등산로는 점차 경사를 더해 험난해지는데 여기서 부터 칠선계곡의 진미를 더하는 폭포수를
볼 수 있다. 지계곡을 건너 우렁찬 굉음에 이끌려 10여m 아래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높이는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칠선계곡을 상징하는 칠선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는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끼 낀 돌길을 걷고 물길을 건너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지계곡과의 합수점에 이르
면 곧이어 칠선계곡에서 최대 규모인 대륙폭포를 만나게 된다. 비선담에서 천왕봉까지는 안내 표지판이 하나
도 없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이 없으면 놓치기 쉬운 비경들이다. 이곳 합수점에 이르면 길이 세갈래로 갈라
지는데 왼쪽은 대륙폭포 가는 길, 오른쪽은 장터목쪽 계곡길, 그리고 지능선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 마폭포를
거쳐 천왕봉으로 가는 등산로다.
대륙폭포를 보기 위해 왼쪽길로 50여m를 돌아간다. 1964년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의 대륙산악회가 명명했
다고 하는 대륙폭포는 약 15m의 높이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고 우아하며 장엄
하고 고색창연하다. 대륙폭포 이후 가팔라진 산길을 따라 25분여쯤 오르면 또 한줄기의 폭포가 눈과 귀를 즐
겁게 한다. 삼단폭포다. 상부 두개의 와폭에 이어 수직폭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 일대는 천왕봉과 중봉, 하봉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골로서 3개의 폭포수가 묻혀 있
어 폭포수골이라고도 불린다.
합수골 일대에는 옛날 도벌꾼들의 초막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야영할 공간이 많이 있다. 합수골 일원의 비경
을 뒤로 한채 너덜길을 따라 힘겹게 오르면 계곡미라고는 거의 볼 수 없는 구간이 계속된다.
울창한 수림을 따라가다 보면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물줄기 두갈래가 마주치는, 일명 쌍둥이 폭포라고 하는
마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천왕봉까지의 수직 고도차 6백여m, 거리는 1.6km구간인 마폭포.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물줄기와 통천문 아래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일행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시원한 두 갈래의 물줄기를 마지막으로 등산로는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더이상 계곡은 커녕 물한모금 찾을 수
없는 등산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천왕봉까지의 1.6km 구간은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 지대로 색다른 정
취를 맛볼 수 있다. 전나무, 잣나무는 물론 희귀수목이 어우러져 음침한 숲속 분위기를 자아내며 숲속에서는
온갖 고산식물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찌르고 바위와 나뭇가지에는 이끼가 두꺼워 인상적이다. 마폭포를 지나
면서 부터 짙은 구름이 산을 감싸버려 신비스러움마저 감돈다.
경사 60~70도의 바위길과 길을 가로막고 쓰러진 고목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다 보면 가파른 철계단이 앞을 가
로막고 선다. 마지막 남은 힘과 구슬같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가쁜 숨을 토해내며, 하늘을 향하듯 급경사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사이 거목들은 사라지고 철쭉나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천왕봉이 그 모습을 보여준다.
칠선계곡의 험준함과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천왕봉 아래 통제구역 출입문을 열어 젖히면 다시금 하늘이 울
어도 아니 우는 천왕봉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천왕봉의 위대함을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등반로가 있
다면 바로 칠선계곡 코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탐방에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날씨가 쾌청
하지 못해 칠선계곡의 전부를 느낄 수 없었던 점이며, 정상에 가까워지자 짙은 구름과 가랑비가 하산때까지
이어져 꼴이 말이 아니었음이다. 한편으로 다행인 점은 전날 내린 비로 탐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문자메세지
를 받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아침 출발시에는 흐린 날씨였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예정대로 칠선계곡의 숨
겨진 비경을 눈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녀탕..나뭇꾼과 선녀가 아닌, 곰과 일곱선녀 그리고 사향노루에 얽힌 전설이 깃든 곳이다.
▼칠선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옥녀탕
▼옥녀탕의 다른 모습..옥빛 맑은 물이 너무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옥녀탕으로 내려오는 물줄기
▼옥녀탕 아래 계곡
▼옥녀탕을 뒤로 하고 비선담을 향하여..
▼비선담..아직 물들진 않았지만 단풍나무 사이로 색다른 비경을 보여준다. 칠선계곡의 개방구간은 이곳에서
50여m 위쪽까지이다.
▼비선담 위쪽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
▼칠선폭포..칠선계곡을 상징하는 첫번째 폭포, 안내표지판이 없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대륙폭포..칠선계곡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로 약 15m의 높이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고 우아하며 장엄하고 고색창연하다. 이곳은 중봉과 장터목 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50여m를 돌아가야 하는데, 이곳 역시 안내표지판이 없어 초행길엔
지나치기 쉽다.
▼삼단폭포.. 위쪽 두개의 와폭에 이어 수직폭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무명폭포와 소(沼).. 계곡에는 이와같은 소가 33군데나 있다고 한다.
▼마폭포..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두갈래 물줄기가 마주치는 일명 쌍둥이 폭포라고 하는데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고 해서 마폭포라고 한단다.
▼가까이서 본 마폭포의 모습.. 폭포 위쪽으로는 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수령이 5백년쯤 된다는 천왕봉 아래 주목..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인데 앞으로도 오랜세월
이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주었으면 싶다. 구름속의 숲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그 자체다.
▼가파른 경사의 너덜길..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는 이런 길의 연속이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마지막 남은 힘과 구슬같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가쁜 숨을 토해내며,
하늘을 향하듯 급경사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드디어 하늘이 열린다.
▼천왕봉 150여m 아래에 있는 특별보호구 통제구역 출입문..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의 출입문 개방으로
칠선계곡 올라가기 탐방은 끝이 난다.
▼구름속으로 가랑비가 내리는 천왕봉 정상에서..